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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야기/행복나눔 스토리

무색무취무형의 일상 나눔! 구미종합사회복지관 이병훈 관장

by 스마트시티

길을 걷듯, 끼니를 챙기듯, 잠을 청하듯 ‘나눔’을 준비하는 사람. 겨울의 초입에 서서 조금 더 분주해졌을 뿐, ‘이웃과 함께하는 365일’이 본인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라며 멋쩍게 웃어 보입니다. ‘봉사’란 단어에 몸 둘 바 몰라 하는 이유도, 이미 나눔이란 그의 삶 곳곳에 스며든 생활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 다시금 마음의 샘에 물음표를 던져보는 이병훈 관장. ‘나의 무엇을 나누고, 그 행복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 말입니다.

2013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복지관은 지금이 제일 바쁠 때 일 것 같은데요.

어김없이 찾아오는 계절인데, 그때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더욱 춥고 매서운 겨울인 것 같습니다. 마음까지 시리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 복지관 가족들 모두 연말연시 이곳저곳에서 마음 데우기를 열심히 합니다. 기존에는 우리 지역을 대상으로 가족복지나 지역사회보호 사업, 교육문화나 자활 등을 진행했었는데요. 더 소외된 곳은 없을까란 생각으로 사회복지로부터 고립된 지역을 발굴하는 ‘찾아가는 이동복지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관장님께는 특별한 한 해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복지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했으니까요. 더 왕성히 활동해야 할 스무 살! 푸른 청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네요.

올 한해는 복지관의 20년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간의 발자취를 조용히 따라가다 보니 제 마음에 ‘감사’란 단어가 오롯이 남더군요. 지금까지 함께 해온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곱씹으며 ‘그들의 곁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사람에게 스무 살은 꽃다운 나이 ‘방년’이라고도 하고 삶을 책임질 어른의 나이 ‘약관’이라고도 합니다. 스무 살, 청년 복지관의 심장도 사랑에 대한 책임감과 열정으로 다시금 뜨겁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사귀를 다 떨어뜨린 나무를 보며, ‘봉사’를 업으로 한다는 건, ‘내 것’을 저 겨울나무처럼 다 비워내야 가능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관장님께 ‘나눔’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 일에 대해 ‘봉사’란 이름을 붙여본 적이 없어, 낯설기는 하지만 습관처럼 자연스런 일상이라 말씀드려봅니다. 내가 가진 것 중, 남는 걸 나누는 게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하는 마음이 ‘나눔’ 아닐까요.

 

나에게서 남는 것을 찾다보니, 나눔이 버겁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거군요.

생각해보면 ‘나누다’란 말은 우리 생활 속에 참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몫을 나누다’라고 하면 ‘분배’의 개념이 생기다보니 ‘손실’과 이어지게 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인사를 나누다’란 행동에선 ‘함께’란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나누다’에는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나누겠다는 ‘희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눔 초보자들이 용기 있는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나누다’의 개념 중에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삶의 여건을 공유하고 ‘함께’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제적인 기부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 마음, 인력 등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타고나기를 자신과 다른 것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름이 다름을 만나 새로움을 탄생시키죠. 또 반대로 우리의 관심은 ‘나’와 관련된 것들로 쏠리게 되어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지역, 나라 등 ‘나’ 혹은 ‘우리’란 타이틀이 붙을 때 마음을 씁니다. 즉, 본능적으로 끌리는 ‘다름’과 함께하는 기회를 갖고, 어우러지며 ‘나의 친구’, ‘우리의 가족’이란 테두리 안에 들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마음 속,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주저할 때가 있죠. 그 손을 잡고 나면 마음대로 놓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 때문입니다. 나눔의 손길도 조금씩 천천히 잡아 보세요. 내가 타인에게 내밀고 있는 손의 반대편은 이미 사랑의 출발점인 부모님이 잡고 계십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받으며 태어난 존재이니까요. 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가지세요. 나의 삶의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것을 먼저 찾는 연습이 곧 ‘나눔’이란 결실을 만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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