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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지성, 시대의 스승으로 불리던 신용복 교수가 지난 1월 15일 타계했습니다. 때로는 살아 있을 때보다 죽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다수의 저서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살아있을 때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신용복 교수. 삼성 스마트시티에서는 신영복 교수를 시작으로 우리 문학의 오래된 거목들의 작품을 만나봅니다. 비록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책으로, 정말로 오래오래, 우리들 곁에 함께할 것입니다.

 

 

“시냇물이 냇물을 벗어나 강물이 되고 강물이 벗어나 바다가 되는 것처럼, 우리 역시 부단히 변화해야지만 소통이 가능하다. 숲은 나무 한 그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나무들이 존재해야 한다. 서로 나무가 되자.”

 

우리 시대 대표적 지식인 신영복 교수

1941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한 그는 육사에서 교관으로 있던 엘리트 지식인이었습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몰려 무기징역형을 받고 대전·전주 교도소에서 20년간 복역한 그는 1988년 8 ·15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합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2014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6년 1월 15일,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2015년 자신의 강의내용을 담은 <담론>을 펴내며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참 스승이 되어준 신영복 교수. 그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는 그의 글만이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 홈페이지 더불어숲(http://www.shinyoungbok.pe.kr)에서 저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돌베개/2010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신영복 교수의 첫 번째 책. 1976년부터 1988년까지 20년간 교도소에서 쓴 글을 엮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천주교 주간지 <평화신문>에 4회에 걸쳐 연재된 글로써, 신영복 교수는 마지막 연재가 실린 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는데, 수감된 지 꼭 20년 20일 만이었습니다. 감옥에서 휴지와 봉함엽서 등에 깨알같이 쓴 가족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묶은 이 책은 큰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이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진솔함으로 가득한 산문집입니다.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수형 생활 안에서 만난 크고 작은 일들과 단상, 가족에의 소중함 등 한편 한편이 유명한 명상록을 읽는 만큼이나 깊이가 느껴집니다.

 

 

신영복 교수와 함께 읽는 동양고전 <강의> 돌베개/2004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다고 하더라도 늘여주면 우환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고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 그러므로 본래 긴 것은 잘라서는 안 되며 본래 짧은 것은 늘여서도 안 된다.”

 

자본주의 체제의 물질 낭비와 인간의 소외, 황폐화된 인간관계를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록. 성공회대학교에서 ‘고전 강독’이란 강좌명으로 진행됐던 신영복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책입니다. 저자는 고전 독법에서 과거에 대한 재조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며, 당대 사회의 당면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전 독법의 전 과정에 관철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는 고전 강독을 토대로 과거를 재조명하며 현재와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순자, 한비자, 불교, 신유학, 대학, 중용, 양명학을 관계론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예시 문장을 통해 관계론적 사고를 재조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깊고 너른 성찰, 그의 여행 기록 <더불어숲> 돌베개/2015

 


“여행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떠남과 만남입니다. 떠난다는 것은 자기의 성(城)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며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대상을 대면하는 것입니다.”

 

<더불어숲>은 1998년 1, 2권으로 나뉘어 출간되었습니다. 1997년 한 해 동안 ‘새로운 세기를 찾아서’라는 화두를 지니고 22개국을 여행한 기록을 엮은 것으로 중앙일보에서 기획 연재했고, 이후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신영복 선생의 해박한 지식, 현실에 대한 겸손하되 날카로운 인식, 세상을 향한 정직하고 따뜻한 통찰을 벼린 글과 더불어 그림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일관되게 ‘공존과 연대, 그리고 새로운 인간주의’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2003년 한 권의 합본호로 나왔으며, 초판 출간 이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지성의 삶과 철학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돌베개/2015

 


“우리의 교실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각성이면서 존재로부터 관계로 나아가는 여행이기를 바랍니다. 비근대의 조직과 탈근대의 모색이기를 기대합니다. 변화와 창조의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신영복 교수는 1989년부터 거의 25년간 대학 강의를 했습니다. 그는 2014년 학교를 떠나면서 ‘강의실에서 더 만나지 못하는 미안함을 책으로 대신한다.’며 강의를 녹취한 원고와 강의노트를 정리해 책으로 남겼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강의>가 ‘동양고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탐색을 했다면, <담론>은 ‘사색’과 ‘강의’를 합친 책입니다. 또한 저자 자신이 직접 겪은 다양한 일화들, 생활 속에서 겪은 소소한 일상들을 함께 들려줌으로써 동양고전의 현대적 맥락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훨씬 깊어진 논의와 풍부한 예화를 담아낸 이 책에서 저자의 고도의 절제와 강건한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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