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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가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뿐만 아니라 한강 소설가의 작품은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인 소설로도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강 맨부커상 수상 특집 마지막, 한강 씨의 대표 소설을 소개합니다.


한강 소설가는 1993년《문학과 사회》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이듬해 바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우리가 아는 주옥같은 소설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한강 씨의 아버지 또한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까지 수상한 소설가 한승원 씨인데요. 그래서 한강 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독서를 좋아하는 소녀였다고 합니다.



그 애는 나무가 되었을까 

<채식주의자> 


 

“저 껍데기 같은 육체 너머, 영혜의 영혼은 어떤 시공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걸까. 그녀는 꼿꼿하게 물구나무서 있던 영혜의 모습을 떠올린다. 영혜는 그곳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숲 어디쯤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혜의 몸에서 검질긴 줄기가 돋고, 흰 뿌리가 손에서 뻗어나와 검은 흙을 움켜쥐었을까. 다리는 허공으로, 손은 땅속의 핵으로 뻗어나갔을까. 팽팽히 늘어난 허리가 온 힘으로 그 양쪽의 힘을 버텼을까.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영혜의 몸을 통과해 내려갈 때. 땅에서 솟아나온 물은 거꾸로 헤엄쳐 올라와 영혜의 샅에서 꽃으로 피어났을까. 영혜가 거꾸로 서서 온몸을 활짝 펼쳤을 때. 그 애의 영혼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시인으로 첫 등단한 만큼 소설 속 문장도 미문이 많은 한강 씨 소설. 맨부커상 시상식에서도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는 말을 남기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맨부커상 수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채식주의자> 또한 감각적인 문장들이 많은 소설입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설인데요. 이 소설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이라는 중편소설들이 이어져 연작소설이 됩니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거부하며 스스로 식물이 되길 꿈꾸는 영혜의 남편 시선으로, <몽고반점>은 영혜의 몸에 남은 몽고반점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형부의 시선으로, <나무 불꽃>은 그런 영혜의 언니 시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폭력성과 욕망에 관해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먹먹하게 메시지를 던져 주는 채식주의자. 예술적 내용과 문장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주며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소설입니다.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바람이 분다, 가라> 


“누군가의 죽음이 한번 뚫고 나간 삶의 구멍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차라리 그 사라진 부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아 익숙해지는 편이 낫다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그것으로부터 떨어져나오기 위해 달아나고, 실제로 까마득히 떨어져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뚫고 나간 자리는 여전히 뚫려 있으리란 것을, 다시는 감쪽같이 오므라들 수 없으리란 것을 몰랐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제 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인데요, 이 소설은 한강 작가가 ‘breath fighting’이란 의학용어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의식불명의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쓰고 있다가 갑자기 스스로 숨을 쉬면서 벌어지는 충돌을 일컫는 이 용어에서 호흡기를 쓴 채 숨과 싸우는 여자의 이미지가 떠올랐다는 한강 씨. 소설에는 젊은 여화가의 죽음과 그 죽음을 자살로 몰아 신격화하려는 남자, 진짜 진실을 밝히려는 여화가의 친구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펼쳐집니다. 고통스러운 삶과 그 삶을 살아가는 방식,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바람이 불듯 흔들리며 전개됩니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곳곳에 이탤릭체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시적으로 감각적으로 읽는 이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지는데요. 가만히 집중하면 느껴지는 바람처럼 읽고 나서도 여운이 한동안 우리 곁에 머무는 소설입니다. 여름 밤, 밤이 너무 길다면 이 소설을 읽으며 바람을 가만히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이젠 보내지 않을 소년, 

<소년이 온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의 많은 작품들이 다시 읽히고 있는데요. 특히 <소년이 온다>는 베스트셀러에 재진입한 소설입니다. 1980년 광주에서 실제 있었던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그린 <소년이 온다>. 한강 씨는 생존자들과 유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압박감과 부담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처음으로 자신의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데요. 그만큼 <소년이 온다>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기억해야 할 아픔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중학생 동호는 매일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가서 시신을 수습하며 위로합니다. 그러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도청에 끝까지 남게 되는데요. 이런 동호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죽음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상처가 우리의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는 소설입니다.



새로운 신작 소설 

<흰> 


한강 씨는 최근에 <흰>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여러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책으로 ‘흰’이란 제목답게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 없’는 ‘흰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한강 작가. 요즘 어떤 책 읽을지 고민이라면 한강 씨의 작품들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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