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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 작가의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맨 부커상’. 한국인 최초로 맨 부커상을 수상하면서 한강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 상에 대한 관심도 지대한데요. 현재 국내 번역돼 판매되는 맨부커상 수상작품은 모두 45종, 64권에 이릅니다. 역대 베스트 수상작을 통해 이 상에 대해 좀 더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요? 

 

 

 

맨 부커상 역대 Best of Best 작품

 

호랑이와 함께 태평양에 내던져진 소년
<파이 이야기> 얀 마텔(2002년 수상작)
역대 맨부커상 수상작 중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작품. 바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맨부커상 수상작으로 국내에 소개돼 인기를 얻은 뒤, 2012년 이안감독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되면서 다시 한 번 제2의 전성기를 구사했는데요.


태평양 한 가운데 표류된 소년. 구명보트에 오른 생존자는 다섯입니다.―소년 파이,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골 호랑이죠. 지금 소년의 눈앞에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인 하이에나를 먹어치운 배고픈 호랑이가 마주해있는 상황입니다. 이 소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언제 자기를 해칠지 모르는 호랑이와 공존해야하는 소년을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부커상 심사위원장은 “믿음이라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탐구한 작품으로, 독자로 하여금 신(神)을 믿게 한다”고 평했습니다.

 

 

“그것은 그의 문제나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와 나의 문제였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도 같은 배에 타고 있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터였다. 그가 죽으면 절망을 껴안은 채 나 혼자 남겨질 테니까.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니까. 내가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 파커 덕분이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있게 해주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다시 첫 장을 펴게 되는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2011년 수상작)

1960년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작품. 원서로 150페이지 남짓한 이 길지 않은 소설이 독자를 몰아치는 힘과 서스펜스, 섬세하고 정교한 구성력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데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인간의 기억과 시점의 왜곡을 탐색하고, 마침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때 묵직한 울림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맨부커상 수상과 관련해 이 책은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시작은 2011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이 올해의 심사기준을 ‘가독성’에 두었다고 밝히면서 부터입니다. 그러자 일군의 작가들과 평론가, 문학 에이전트들이 ‘문학을 ’단순화’ 했다며 반발했고, 이에 반격에 반격을 더하는 소요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잡음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정리됩니다. 줄리언 반스는 맨부커상 후보로 올라 세 번의 고배를 마시고 4번째 도전 끝에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요. 심사위원장 스텔라 리밍턴은 “이 작품은 영문학의 고전이 될 것이다. 두 번 세 번 거듭해 읽을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깊이를 드러낸다.” 고 단언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역사란 무엇인가, 라고 말이지. 뭐 생각나는 것 있나, 웹스터?”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내 대답은 좀 빠르다 싶게 튀어나왔다. “그래, 안 그래도 자네가 그렇게 말할까봐 걱정을 좀 했는데.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기만이기도 하다는 것 기억하고 있나, 심슨?”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에브리맨> 필립 로스(2011년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작가.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지는 필립 로스의 작품은 국내 독자들과 유난히 인연이 없었는데요. 정식으로 국내에 첫 출간된 작품이자 2011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인 <에브리맨>. 200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필립 로스의 27번째 장편소설입니다. 한 남자가 늙고 병들어 죽는 이야기인 이 소설을 통해 필립 로스는 삶과 죽음, 나이 듦과 상실이라는 문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깊은 사유를 보여줍니다.


소설은 공동묘지에서 시작됩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친구들이죠. 그들은 막 세상을 떠난 한 사람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바로 소설 <에브리맨>의 주인공이고, 이 장례식의 당사자인 ‘그’입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존재인 한 남자의 죽음에서 시작돼 노년 시절의 ‘그’의 삶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인생 전반을 돌아봅니다. 모든 사람이 겪게 되는 삶과 죽음. 그 평범하고도 섬뜩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이 책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우리가 꼭 한 번 읽어 봐야할 걸작입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 그날 이 주의 북부와 남부에서 이런 장례식, 일상적이고 평범함 장례식이 오백 건은 있었을 것이다. ...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정상에 오른 작가가 쓴, 음악 없는 오페라
<추락> J.M. 쿳시(1999년 수상작)

남아공 출신의 작가 쿳시는 1983년 <마이클 케이의 삶과 세월>로 부커상을 수상한 데 이어, 1999년 이 소설로 두 번째 부커상을 수상했습니다. 2003년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그는 세계 정상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국내에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또한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대중 앞에 나서길 극도로 꺼리는 은둔의 작가인 그는 두 번에 걸친 부커상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수상소감으로 ‘상업성에 휘말리기 싫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추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무대로 흑백 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탐구한 작품으로, 식민지와 후기 식민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치밀한 구성, 풍부한 대화, 정확한 통찰력으로 서구 문명의 위선을 비판하고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날카롭게 파헤쳐 현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작가의 작품. <추락>을 통해 선과 악, 진실과 허위, 쾌락과 고통 등 인간의 본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는 이혼까지 한, 쉰둘의, 남자치고는, 자신이 섹스 문제를 잘 해결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는 목요일 오후, 차를 몰고 그린포인트로 간다. 두 시 정각에 윈저 맨션 입구에 있는 부저를 누른 뒤 이름을 밝히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113호실 문 앞에서 소라야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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